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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재

화식사료 원리 응용한 ‘원형곤포 스팀처리’가 대안

[진단] 사료비 폭등, 한우가격 폭락! 중소 한우농가의 위기 극복 대책은?

볏짚·보릿짚·미강 넣은 화식사료 급여

올레인산·단기불포화지방산 함량 증가 확인

기계화나 자동화 어려운 중소규모 한우농가에

노동력 절감위해 원형곤포 풀어주는 기기 도움


2021년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한우농가의 위기는 2022년 설을 기점으로 한우가격 폭락, 사료비 폭등 등 본격적인 어려움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12월 한우 사육두수는 335만5000두로 7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한우가격 하락에 주요 원인이 되고 있고(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2), 배합사료 가격 역시 ㎏당 2018년 378원, 2019년 392원, 2020년 412원, 2021년 462원으로 크게 올랐다(한우 월간 리포트 3월호, 2022). 


2022년 3월에 이미 사료업체들은 평균 40~50원 정도 사료 가격을 인상했고, 상반기 중 추가 인상도 확정적이다. 
이러한 전방위적 위기 속에서 한우농가의 살아남기 위한 솔루션은 결국 사료비, 인건비 등 생산비 절감만이 그 해답이라는 데는 이의를 다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솔루션의 실제 농가 적용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것은 천편일률적인 솔루션이 아닌 사육규모, 형태, 사료급여방식 등 농가마다 다양한 여건에 맞는 적절한 방식을 찾아내어 제공하는 데 있다.  


현재 우리나라 한육우 농가당 사육 마릿수는 2021년 12월 기준 평균 38두 정도인데(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2), 10두 미만의 영세농가를 제외하면 상당수의 농가가 아직 60~70두 규모의 농가다. 이들 중소규모 농가에게 저렴한 부산물을 활용가능하다고 해서 TMR/F 배합기나 사료급이기 등이 수반되는 TMR 급여 방식의 전환 요구는 초기 자본 투자나 원료사료 확보 등을 고려하면 사실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중소규모의 농가에는 사육규모가 일정 수준이상 올라오면 중장기적으로 TMR 전환을 계획해야 하겠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다른 형태의 효율적 방식이 요구된다. 예컨대, 생볏짚이나 호밀 등을 이용하여 제조하는 원형곤포의 소화율을 높이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원형곤포와 같은 조사료는 한우, 낙농 등 축우농가에는 소의 영양생리적 상태나 반추위를 튼튼하고 건강하게 키우고 향후 사료섭취량 개선을 고려할 때 필수적인 사항이지만 반면에 체내 소화율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이 단점을 극복하고자 최근 전통 한우 사료 급여 방식 중 하나인 ‘여물’, 즉 화식사료의 원리를 응용하여 스팀으로 원형곤포를 쪄서 급여하는 방식이 소개되고 있다. 가축영양학자로서 ‘여물’ 사료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해 보자면, 볏짚, 콩깍지와 같이 난소화성물질 함량이 높은 조사료의 체내 소화율을 높이기 위해 물을 혼합하고 열을 가하는 방식은 경험에서 우러난 사양방식이긴 하지만 그 응용방식이 매우 합리적 방법이다. 국내 대학에서 수행한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최근 볏짚, 보릿짚, 미강을 넣은 화식사료를 급여한 거세한우와 화식사료 비급여 한우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화식사료를 급여한 한우 등심의 지방산 중 올레인산의 함량이 증가하고, 심혈관계질환 등 건강에 좋은 단가불포화지방산(MUFA) 함량이 높아진다고 보고되었다(김 등, 2021). 


다만, 현장에서 앞서 언급한 TMR 또는 TMF에 화식사료기술을 적용하여 배합기 전체를 고온에서 찌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사료 내 유해한 미생물뿐만 아니라 유익한 미생물마저 모두 파괴되고 자체 발효과정에서 생산된 효소마저 모두 파괴되어 원래 발효사료의 장점을 기대할 수 없는 부정적 효과가 우려된다. 또한, 우리 조상의 ‘여물’ 급여 방식은 당시 제대로 된 배합사료가 전무한 상황에서 소화가치를 조금이라도 높이고자 전체 사료를 삶아주었던 것이지, 지금처럼 영양학적으로 매우 우수한 원료사료를 굳이 고온에서 쪄서 급여한다면 값비싼 사료 단백질에 열을 가해 원래의 생물학적 기능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화식사료의 소 반추위 분해율과 관련된 연구에서 “TMR과 같이 섬유질 사료와 농후사료를 혼합한 상태에서 화식처리하기보다는 분해하기 어려운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고간류(볏짚 등 ADF함량이 높은 사료) 등을 분리하여 화식처리하고 나중에 배합하는 것이 농후사료 내 수용성 조단백질 및 기타 비타민 등에 부정적 영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고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스팀처리방식으로 원형곤포(조사료) 내 난소화성 영양소 물질의 소화율을 개선하는 것이 사료 이용효율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원형곤포 스팀처리를 통해 조사료의 체내 소화율을 10% 개선할 경우 사료가격이 10% 절감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예를 들어 1일 곤포 3롤 정도를 소비하는 농가는 월 63만원(1롤당 7만원 기준 2만1000원/일 절감), 1년이면 756만원 절감 효과가 나타난다. 소규모 사육 두수의 한우 농가에게는 적지 않는 생산비 절감 효과이다. 국내 몇몇 축산기계 전문회사가 이와 같은 스팀분사방식의 곤포스팀처리기를 생산하고 있는데, 그 원리는 대동소이 하다고 보여진다(사진1).


중소 규모의 한우 농가 생산비 중 사료비 다음으로 절감해야 할 대상은 인건비일 것이다. 중소 규모의 농가 대부분이 가족농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건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경영상 반드시 계상되어야 한다. 특히 한우 농장의 2세 경영이 뚜렷해지는 요즘 추세로 미루어볼 때 노동력 절감 역시 젊은 농장주의 큰 관심사이기도 하다. 사육 규모 측면에서 기계화나 자동화가 어려운 중소규모 한우 농가에게 노동력 절감 가능한 방법으로 원형곤포를 풀어 급여하는 기기가 대안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TMR 배합기 없이 원형곤포 사일리지를 급여할 경우 일반적으로 농장주가 직접 뜯어주거나 소가 직접 뜯어먹게 하거나 또는 곤포절단기를 이용해서 급이하는데, 그 노동력과 허실이 상당하다. 농장주가 직접 뜯어주는 방식은 노동력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않고, 특히 고령의 농장주라면 더욱더 그러하다. 


또한, 절단기를 이용하여 원형곤포의 절단 급여는 원형곤포 제조 시 일정하게 감겨있지 않는 곤포 상태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절단기 이용 시 지나치게 짧게 세절되어 ‘조사료의 농후사료화’ 현상이 나타나 조사료의 반추위 물리적 자극이 미흡할 수 있고 반추 시간 및 타액 분비 감소 등 농후사료 다급 시 나타나는 대사성질병 등의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이에 반해 원형곤포 풀어주는 기기는 베일 스크레퍼가 장착되어 곤포 제조 시 감긴 반대방향으로 쉽게 풀어 자동으로 급이할 수 있어 한우 농가 노동력 절감에 매우 효과적이라 생각된다(사진2). 


실제 경북 영천에서 한우 농장을 경영하는 이동호 대표는 “직접 원형곤포 사료를 급여할 경우 2시간 이상 소요되는 시간이 곤포풀어주는 기계를 이용하여 사료 급여 시 10~15분 이내로 원형곤포 사료 급여가 완료된다”며 매우 만족하고 있다. 
한우 360만두 시대, 사료값 폭등 시대, 한우값 폭락 시대, 어느 것 하나 우리 한우산업에 유리한 것이 없다. 


미국산과 호주산 쇠고기가 무관세 수입되는 2026년과 2028년이 다가오고 있어 그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같은 심정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한우 농가의 사육규모에 맞게 TMR 방식이나 조농 방식을 적절히 선택하고, 그 상황 속에서 장기적인 경영을 전제로 최적의 사료효율을 찾아내고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는 방식을 구축해 나간다면 한우 산업의 위기를 농가 스스로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창원 가축영양학 박사
<대동테크 축우사양컨설팅 이사>

<경력>
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
전 대구대학교 동물자원학과 교수
전 농림부 부산물 자원화 TF 위원

전 경북농어업 FTA 특별위원회 위원
현 대동테크 축우사양컨설팅 이사
현 한국사양표준 한우 및 젖소 분과 개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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