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도축단계서 구분 표기…그 이후 별도표기 없어
진위 여부논란 해소로 제주흑우 활성화 중요한 계기
“이제부터 ‘제주흑우’로 불러주세요.”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농기평)은 지난달 28일 “제주대학교 분자생명공학부 박세필 교수 연구팀이 유통-소비단계에서 별도의 표기가 없던 ‘제주흑우’의 품종 표기를 해결했다”면서 “이에 제주흑우 산업화의 전주기 관리의 최종 단계인 유통 단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했다”고 밝혔다.
농기평에 따르면 제주흑우는 고려, 조선시대 삼명일(임금생일, 정월 초하루, 동지)에 정규 진상품으로, 나라의 주요 제사 때 제향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아왔으나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수탈과 말살정책에 억압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1938년 일본이 한우표준법을 제정해 일본 소는 흑색, 한국 소는 적갈색(황색)을 표준으로 한다는 모색통일 심사규정을 제정함에 따라 제주흑우는 고유한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 육량위주 소 산업 정책으로 몸집이 작고 육량이 적은 제주흑우는 도태 위기에 처했으나, 제주흑우가 2004년 FAO(국제식량농업기구) 한우 품종의 한 계통(한우, 칡소, 내륙흑우, 백우, 제주흑우)으로 공식 등록돼 명맥을 유지하는 계기가 됐다.
박세필 연구팀은 지금까지 제주흑우는 생산-도축 단계에서는 일반한우와 구분 표기되지만 유통-소비단계에서는 별도의 표기가 없어 일반한우 제품과 구분되지 않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제주흑우 도축 시에는 ‘제주흑우’로 도축증명서에 표기되나, 유통-소비단계에서 중요한 등급판정확인서에는 단순히 ‘한우 또는 육우’로 표기되고 있다.
농식품부, 농기평, 박세필 연구팀의 노력으로 올해 9월부터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소도체 등급판정결과’서에 ‘제주흑우’를 표기하도록 관련제도를 재정비했고, 흑우 농가 및 축산 관련 기관 등은 제주흑우가 80여년만에 가치를 인정받았다며 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생산자 및 유통업자는 전산화돼있는 ‘거래증명종합포털’ 시스템 등을 통해 ‘제주흑우’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박세필 교수는 “이러한 제도 개선은 그동안 소비자와 판매자 간 지속적인 논쟁 꺼리였던 제주흑우 진위여부 논란을 해소할 뿐 아니라 유통개선, 품질향상 등 제주흑우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농식품부 농식품기술융합창의인재양성사업 축산물 고품질 생산관리 기술개발 연구센터(제주흑우연구센터)와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