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등에서 발견되는 지방산인 트랜스바세닉산(TVA)이 체내 면역세포의 암 퇴치 능력을 향상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대 의대 징첸 교수팀은 지난달 23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TVA가 면역세포인 CD8+ T세포의 암세포를 죽이는 능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혈중 TVA 수치가 높은 환자가 면역요법에 더 잘 반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혈액 속 대사물질, 영양소 등이 암 발생.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음식 유래 대사산물 700여개로 된 데이터베이스에서 235개 생리 활성 분자로 된 ‘혈액 영양소’ 화합물을 선별했다.
이어 이 화합물들이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죽이는 데 중요한 면역세포인 CD8+ T세포의 항종양 작용에 영향을 미치는지 검사해 6개 물질을 선택, 인간과 생쥐 세포에서 평가한 결과 TVA 효과가 가장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TVA는 모유에 가장 풍부하게 들어 있는 트랜스 지방산이지만 체내에서 자체 생성되지는 않으며 약 20%만 다른 부산물로 분해되고 80%는 혈액을 순환한다.
연구팀이 다양한 종양 유형의 마우스 모델에 TVA가 풍부한 사료를 먹인 결과 일반 사료를 먹인 대조군 쥐보다 CD8+ T세포의 종양 침투 능력이 향상됐으며 흑색종과 대장암 세포의 종양 성장 잠재력이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TVA가 T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분자 및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TVA는 보통 장내 미생물이 생성하는 짧은사슬지방산에 의해 활성화되는 GPR43이라는 T세포 표면 수용체를 비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TVA는 또 세포의 성장과 생존.분화 등 다양한 기능에 관여하는 CREB 경로라는 세포 신호 전달 과정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CD8+ T세포에서 GPR43 수용체만 제거한 마우스 모델은 항종양 능력이 개선되지 않았다며 GPR43 비활성화와 CREB 경로 활성화가 동시에 이뤄질 때 항종양 효과가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림프종에 대한 CAR-T 세포 면역요법 치료를 받는 환자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TVA 수치가 높은 환자가 낮은 환자보다 치료에 더 잘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백혈병 세포주 실험에서는 TVA가 면역치료제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첸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TVA가 T세포 기반 암 치료에 도움이 되는 식이보충제로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다만 식품 공급원이 아닌 영양소 자체의 최적화된 양을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