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은 최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지난해 실시한 소바이러스성설사병(BVD) 관련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BVD는 한우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복병으로 꼽힌다. 하지만 관련 연구와 근절대책이 활발한 유럽과 달리, 국내에서는 아직 관심밖이다.
BVD로 인해 국내 소 사육농가가 보는 피해는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더 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생산성 질병인만큼 피해규모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농가 인식제고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BVD는 소화기뿐만 아니라 호흡기, 유산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 감염된 소의 면역력을 약화시켜 다른 질병에 취약하게 만든다. 농가의 전반적인 질병 피해를 키운다.
임신한 소가 BVD에 감염되면, 태어난 송아지는 지속감염우(PI)가 된다. 일반적인 감염우보다 1000배 많은 바이러스를 배출한다. 지속감염우 대부분이 2년령 이하에 폐사하지만, 살아남은 개체는 성장지연이 심한데다 농장 오염의 원인이 된다.
지속감염우를 찾아내 빠르게 도태시키는 것이 BVD 피해를 줄이는 핵심이지만, 현장 상황은 여의치 않다. BVD 문제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낮은데다, 한우 가격이 높아지다 보니 임신우나 송아지의 도태에 농가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날 전문가들은 국내 BVD 감염문제의 실태 파악과 농가 인식 제고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재홍 정책연구원장은 “BVD에 대한 국가단위 정책은 아직 시기상조”라면서도 “정부와 양축가, 전문가가 모여 현실인식을 정확히 하고 중장기 전략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두 강원대 명예교수는 “아무 대책이 없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렇다할 조사연구나 대책도 없이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김두 교수는 “BVD 문제에 대한 수의사들의 인식은 예전에 비해 높아졌지만, 농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없다”면서 “BVD로 인한 피해규모는 1000억원보다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