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창 원 대동테크 R&D교육원장/전(前) 대구대 교수/농학박사
한우 농가를 방문해서 사양관리나 사료 급여에 대한 조언을 드릴 때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는데, 대부분 조사료, (농후)사료, 영양소(비타민, 미네랄 포함)와 관련된 부분은 그 사육목적과 성장단계에 맞게 비교적 잘 사용하고 있지만, 사료첨가제(보조사료), 특히 생균제에 있어서는 각 미생물(생균)의 특성과 장단점을 무시한 채 ‘다들 생균제 좋다고 하니까’, ‘우리 지역 보조 사업 선정업체 생균제라 가격이 싸니까’ 사용한다는 식의 사실상 무분별한 오남용이 많다는 점이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지금 농장에서 사용하는 생균제나 첨가제를 모두 꺼내놓고 중복되는 생균제 성분이나 영양성분은 없는지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길 권한다. 우리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 건강검진을 받고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듯이 한우농장 역시 어느 정도의 운영 기간이 지나면 사양관리 진단을 통해 과부족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그것이 생산비를 아끼는 지름길이자 효율적 사양관리의 첫걸음이다.
한우농가 입장에서 생균제를 선택하여 사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제성’과 ‘효율성’일 것이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언뜻 보면 같은 맥락의 이야기인 듯 보이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두 요소를 함께 고려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사료 가격 불안정과 인건비, 송아지 가격 등을 제외하면 수익이 얼마 나지 않는 상황에서 사용해오던 생균제 급여를 중단하기는 불안하고 농장경영 상 줄일 수 있는 항목을 생각하다 보면 무작정 싼 가격의 생균제를 선택하거나 보조 사업으로 들어올 수 있는 생균제를 찾는 단순 ‘경제성’만 강조해서 생균제를 사용하게 된다.
심지어, ‘고민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농장주 허락없이 입구에 내려놓은 생균제 회사 제품을 ‘후불제(?)’라 그냥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생균제는 그렇게 단순하게 접근할 것이 아니다. 즉, 한우농가에서 생균제를 선택한다면 제품에 사용된 생균의 종류와 함량, 그리고 사용된 이유와 각 생균제의 특성을 알고 한우 급여 시 어떤 효과를 얼마만큼 예측 가능한지 생균제 회사나 전문가로부터 설명을 당당히 요구하고 그 결과로 우리 농장에 적합한 생균제를 선택하는 현명함, 즉 ‘효율성’을 고려해야만 궁극적으로 진짜 ‘경제성’ 높은 정밀사양이 가능하다.
축산분야에서의 생균제, 흔히 사료첨가제로써 사용 가능한 생균, 즉 살아있는 유익 미생물은 농림축산식품부 고시인 ‘사료 등의 기준과 규격’에 등재된 미생물이어야 하며(표1 참조), 대표적인 유익 미생물은 유산균, 고초균, 효모 등이 있다.
자연계에는 5과 10속 80여종 가량의 유익 미생물이 있는데, 이 중 고시에 등재된 미생물을 일정 비율로 혼합하여 제품으로 개발한 것이 생균제인 것이다. 축산분야에서 사용되는 생균제는 소화효율 촉진, 면역증강, 미생물 활성화, 악취제거, 분뇨비료화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지자체의 농업기술센터에서 액상형태의 EM(유익 미생물 합제형태)이나 생균제 회사의 분말형태로 보급되어 가축에게 급여하거나 축사나 퇴비장에 살포되고 있다. 이러한 합제형태의 유익 미생물 제제(생균제)는 축사바닥이나 퇴비장에 살포 시에는 큰 애로사항은 없으나, 가축에게 급여 시에는 각 균의 특징을 잘 고려해서 성장단계에 맞는 유익 미생물 또는 합제 형태의 제품을 선택하여야 ‘효율성’이 고려된 경제적인 한우 경영방식이 될 수 있다.
한우에게 주로 사용되는 각 유익 미생물의 특징과 사용요령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산균 위주의 생균제는 정장작용으로 소화기 질환 예방효과가 있는데, 주로 락토바실러스 애시도필러스(Lactobacillus acidophilus),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럼(Lactobacillus plantarum) 등이 많이 쓰인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섭취하는 요구르트에 많이 사용되는 유익 미생물인데, 한우에게 급여한다면 송아지(반추위 발달 전 단계)에게 급여 시 일당증체량 증가와 세균 억제능력이 우수해 장내 이상발효 억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장을 튼튼히 해 설사예방 효과가 있다. 반면에, 반추위가 발달한 후부터는 유산균의 효과가 떨어지므로 한우에 있어서는 유산균은 송아지/육성우 단계까지로 제한하여 급여하는 것이 좋다.
한편, 직접 급여하는 방식이 아닌 미생물발효기나 TMR배합기를 이용하여 급여 전 발효사료 제조 시 유산균 사용을 권장한다. 미생물 발효를 통해 발효사료 제조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특유의 발효취가 있어 사료급여 시 기호성을 개선해 건물섭취량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유산균은 열에 약한 단점이 있고 다른 유익균(고초균, 효모 등)과 함께 사용하여 발효 시 유산균이 먼저 우점되어 pH를 떨어뜨려 다른 유익균을 모두 사멸시키거나 정상발효가 일어나지 않아 유산균 외 타 유익균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둘째, 바실러스는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균으로 전분 및 단백질 분해효소 생산이 우수하여 사료 영양소의 소화를 증진시키고 분변량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한, 바실러스는 장관 정착균이 아니기 때문에 장을 통과하면서 유효한 기능을 발휘할 뿐 아니라 분에서 유기물을 분해하여 축산냄새를 감소시켜 환경개선 효과가 우수하다.
대표적으로 바실러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 고초균), 바실러스 리체니포미스(Bacillus Licheniformis, 바실러스 리케니포미스)가 있으며, 바실러스 속의 미생물은 다른 유산균이나 효모에 비해 열에 강한 특성이 있어 생균제로 사용 시 보존성이 우수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고초균은 우리에게는 된장을 만들려고 콩을 쑤어 만든 메주를 발효시킬 때 쓰이는 균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축산 측면에서 보면 사료 내 단백질을 분해하여 아미노산을 많이 생산할 뿐만 아니라 짧은 펩타이드를 다양하게 생산해 한우에게 생리적으로 유용한 작용을 한다. 바실러스는 직접 급여용이나(탑드레싱) 발효사료 제조용으로 모두 사용해도 좋은데, 가급적 2종 이상의 바실러스 균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예, 바실러스 서브틸리스 + 바실러스 리체니포미스).
셋째, 효모는 사실 미생물이라고 말하기는 타 유익균에 비해 그 성격이 다른데, 타 유익균이 장내 또는 장을 통과하면서 각 기능을 발휘하는 것과는 다르게 효모는 반추위에서 잠깐 생존하고 사멸하는 동시에 비타민, 미지활성인자 등 분해산물을 반추위 미생물이 섭취하여 소화를 촉진시켜 사료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효모는 발효 시 알콜 발효가 있으나 사료의 풍미를 개선하고 기호성을 증진시키는 장점이 있고, 반추위 내 암모니아 생성을 감소시키고 반추위 섬유소분해 박테리아와 프로토조아의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비육후기 후반부인 출하 전 최소 3개월부터는 급여를 중지하는 것이 좋은데, 이 시기의 효모 급여는 육색이 짙어진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유익 효모는 사카로마이세스 세르비시에(Saccharomyces cerevisiae)가 있다.
이외 한우에 사용하고 있는 유익 미생물에는 곰팡이균, 광합성세균, 효모배양물(또는 효모발효제/효모대사물질) 등이 있다.
앞에서 살펴본 각 유익 미생물의 특징과 장단점을 고려해서 한우의 성장단계에 맞게 적절히 급여해야만 ‘효율성’과 ‘경제성’이 고려한 한우사양이 된다(표2 참조).
유익 미생물의 합제는 애초에 농업용으로 보급되다가 축산분야 환경개선용(축사바닥, 퇴비화 등)으로 보급되어 왔다. 따라서, 한우에게 직접 급여할 때는 좋다고 하니까’, ‘보조 사업이라서’가 아닌 한우의 영양생리와 성장단계, 그리고 우리 농가의 사양형태를 고려해야만 하며,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농가 형태와 상황에 맞는 소위 주문형(맞춤형) 생균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생균제를 사용하여 발효사료로 급여할 때는 6개월에 최소 1회씩 미생물 균수 측정이 가능한 제품을 선택하고 다른 균의 오염이 의심될 때는 반드시 오염원인을 제거한 후 생균제를 사용하도록 한다. 시판 중인 분말 생균제를 발효사료용이 아닌 보조사료 형태로 직접 급여하는 경우 탑드레싱 형태 또는 사료빈에 혼합하여 급여하는데, 여름철 사료빈 내 온도는 50℃이상 올라가기도 해 바실러스균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유익 미생물은 모두 사멸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분말 생균제는 사용 후 남은 생균제를 그냥 방치할 경우 주위의 수분을 흡수하고 이로 인해 유해균 오염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개봉 후 가급적 빨리 사용하도록 하고, 남은 생균제는 밀봉하여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생균제 제조 회사들이 있다. 제조하는 회사마다 자사제품을 좋다고만 하니 한우농가 입장에서는 선택하기가 여간 헷갈리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특허받은 제품이라 홍보하는 어느 생균제 회사는 생균 종류와 함량 수준 등을 우수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생균제 제품의 부형제에 미량 또는 극미량으로 혼합된 아미노산, 발효 대두, 미강, 바이패스 비타민 C 등을 자랑하고 있다. 이렇듯 생균을 제외하고 10여 가지 이상 함유된 부형제의 효과를 강조하는 국적 불명의 ‘짬뽕’ 생균제가 시판되고 있으며, 안타깝게도 상당수 한우 농가들이 현혹되고 있다.
생균제는 생균제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생균제는 소화효율 촉진, 면역증강, 장내 미생물 활성화, 악취제거, 분뇨비료화 등의 목적으로 나온 제품이다.
그런데, 가격만 비싸고 생균이 아닌 부형제 또는 기타 혼합된 성분의 부수 효과만을 강조하는 제품은 원래 목적의 생균제가 아니며, 농장경영에 쓸데없는 생산비용만 가해져 한우농장 효율성과 경제성에서 ‘득(得)’보다는 ‘실(失)’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우 농장주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 생균제 균수, 헷갈리지 않는 팁!!! ■ |
간혹 미생물 균수에 대한 질문을 하시는데, 직접 급여 방식(탑드레싱)에서는 각 유익균의 균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다만, 발효사료 제조용으로 사용 시에는 발효만 잘 된다면 평이한 수준(1.0 × 106 cfu / g) 이상의 생균제를 사용해도 된다(단, 이때는 최적 발효 조건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미생물발효기 이용을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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