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중요한 역할하는 22개 대사물질 육류에만 존재
배양육, 소나 말 태아 혈청 사용해 윤리적문제도 야기
대체육, 고기와 별도식품으로 인식되도록 법제도 필요
‘비건’과 ‘대체육’ 제품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올해 식품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53억4800만달러로 5년 전인 2016년 시장 규모(38억1700만달러) 대비 약 40%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 대체육과 고기, 맛과 식감 비슷하지만 실제 영양성분 달라
대체육은 크게 식물 성분을 사용한 식물성 대체육과 동물 세포를 배양해 만든 배양육으로 구분된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대체육은 식물성 대체육으로, 콩, 밀, 버섯과 같은 식물성 원재료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가열, 냉각, 가압하여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을 구현해낸 가공식품이다.
흔히 대체육을 얘기할 때 철과 아연, 단백질 등 필수 영양소는 육류와 유사한 수준으로 포함하면서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등 육류의 해로운 성분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식물성 대체육이 무조건 건강에 더 이롭다고 볼 수는 없다.
지난해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인기 있는 대체육 18개 제품과 일반 소고기 제품 18개의 영양성분을 비교한 결과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 일반적인 영양성분표에는 포함되지 않는 항목에서 많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0개의 대사물질 가운데 약 90%에 해당하는 171개 항목이 달랐는데, 아미노산·아미노산 결합체 등 신체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사물질을 포함한 22개의 대사물질이 육류에만 존재했다.
한우자조금 관계자는 “식물성 단백질로 만들어진 대체육은 동물성 단백질 성분의 실제 육류와 영양소가 달라 육류를 대체할 수 없다”며, “특히 육류 대비 식물성 대체육에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필수 아미노산은 우리 몸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지 못해 음식을 통한 섭취가 중요한데, 우리 한우에는 9가지 필수 아미노산이 함유돼 있어 면역력을 높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대체육 아닌 ‘대체식품’, 축산농가 피해 최소화 위한 법제도 기틀 마련해야
대체육이 실제 고기와 유사한 모양과 식감, 맛을 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공 첨가물이 들어간다. 육류처럼 붉은색을 내기 위해 채소에서 추출한 색소 또는 콩, 식물 뿌리혹에 들어있는 레그헤모글로빈을 첨가하는데, 외국 대체육 식품업체 일부는 이 레그헤모글로빈을 추출할 때 유전자변형 콩을 이용해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고기와 흡사한 식감을 내기 위해 메틸셀룰로스라는 식의약용 화학첨가제도 필수적으로 더해진다.
현재 상용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실제 고기와 맛, 식감이 더 비슷한 배양육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배양육은 생산 과정에서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등 여러 첨가물이 함유되며, 소나 말 태아의 혈청을 사용하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 같은 이유로 앞서 대체육이 정착된 미국에서는 식물성 대체육과 배양육으로 구분해 각각 관련 기관에서 제도를 마련하고 생산 과정에 대한 규제 및 감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일부 주에서는 자칫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다는 이유로 대체육 식품에 ‘육류’, ‘고기’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최근 우리 정부는 대체육을 지속 가능한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대체육으로 가축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축산 농가들은 대체육, 배양육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가축 사육보다 더 많은 화석연료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반박한다. 또한, 대체육의 안전성 검증이 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육류 소비를 줄이도록 국민들의 식생활 전환을 유도하는 것은 축산업을 말살시키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민경천 한우자조금 위원장은 “정부나 기업들의 대체육 육성사업은 축산업 기반을 축소하고 뒤흔드는 것과 다름없다”며, “축산농가의 피해를 줄이고 고기와 별도 식품으로 인식되도록 법·제도적 차원의 정의가 필요하며, 대체육 육성에 앞서 친환경 축산을 실현하기 위한 농가 지원 정책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