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HMR 시장규모 5조원 육박
2020년 대비 약 25% 성장
식품업계, 맛과 영양 차별화
프리미엄 제품 통해 활로 모색
코로나19가 끝나도 호황이 유지될 시장으로 가정간편식(HMR)이 꼽히는 가운데,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섭취식품’, 제품을 데우기만 하면 요리가 준비되는 ‘즉석조리식품’, 식재료가 담겨있어 간단한 조리만으로 완성할 수 있는 ‘밀키트’까지 다양한 가정간편식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올해 가정간편식 시장규모가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2020년 대비 약 25% 성장 전망한 수치다. 다양한 유형의 간편식이 시중에 판매되고 시장 경쟁 역시 치열해지면서 식품업계에서는 제품의 차별화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한우 활용한 간편식으로 맛과 영양 더해 차별화=업계는 프리미엄 제품 출시를 통해 활로 찾기에 나섰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고급 식재료 ‘한우’다. 지난 7일 식품유통업체 A사는 고급 가정간편식 라인 ‘양반 수라 시그니처’를 런칭하며, 국/탕/찌개 신제품 ‘한우소고기 설농탕’을 선보였다. 신제품은 고급화된 소비자들의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임금님 수라상에서 착안해 개발한 것으로 특정지역의 브랜드 한우를 재료로 활용했다.
친환경마켓 B사는 유기농 한우 갈비와 양지를 넣은 ‘유기농 한우갈비탕’을 지난달 출시했다. 한우를 비롯한 무 등 대부분의 재료를 유기농 및 국내산으로 엄선해 고급 간편식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업체의 철학과도 일치해 절찬리 판매 중이다.
한우 생산자 단체가 직접 한우 간편식을 내놓기도 한다. 전국한우협회의 국물요리 간편식 ‘한우 한마리 곰탕’은 한우 사골을 비롯해 한우 꼬리반골, 한우도가니, 한우 모둠뼈 등 소 한마리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뼈를 오랫동안 끓여서 깊고 진한 국물맛이 특징이다. ‘한우 한마리 곰탕’ 이외에도 ‘한우 도가니 우족탕’, ‘한우 갈비탕’, ‘한우 국밥’ 등 다양한 국물요리 간편식이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자체들도 특산품 한우 사골 육수를 이용한 밀키트 개발에 나서고 있다. 충남 홍성군은 밀키트를 비롯해 축산물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홍성군은 축산 선물세트 포장에 화학흡수체 대신 한우 사골 육수를 넣은 친환경 아이스팩을 도입해 화제를 낳았다. 버려지는 젤과 달리 육수 아이스팩은 국물 요리에 사용할 수 있어 축산물 소비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유통단계 ESG 실천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았다.
◆소비자들의 간편식 주요 선택 포인트는 맛과 영양=소비자들도 간편식 선택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간 편리함을 중시했던 소비자들이 맛이나 영양 등 점차 다른 편익을 함께 고려하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리서치 회사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조사한 ‘HMR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가정간편식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음식의 맛(61.8%)’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는 ‘제품 가격(41.4%)’, ‘원재료의 품질과 원산지(26.4%)’, ‘조리의 용이성(23.1%)’ 등을 꼽았다. 이처럼 조리의 용이성보다는 맛, 가격, 품질이 더 중요하다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음식 맛이 개선된 가정간편식이 나올 경우 80.8%의 응답자가 가격 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대답했다. 84.7%는 보다 좋은 원재료를 사용한 제품이 나올 경우에도 어느 정도 가격이 인상돼도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친환경마켓 B사 홈페이지의 유기농 한우갈비탕 구매 후기에는 “가격이 좀 비싸지만 한우갈비탕이라서 구매했다”, “유기농이라서 샀다” 등의 의견이 올라와 있다. 소비자들이 한우의 맛과 원재료의 신뢰를 바탕으로 시중가보다 비싸더라도 지갑을 활짝 연 셈이다.
이영우 한양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바쁜 현대 사회에서 편리하게 끼니를 챙기려다 영양이 부족한 음식을 섭취하기 쉬운데, 한우처럼 건강한 식재료가 들어간 간편식으로 맛과 영양, 편리성을 함께 챙기는 것도 방법이다”며, “간편식 시장 경쟁 활성화로 직접 조리하지 않아도 양질의 식재료를 접할 수 있는 제품이 많이 등장하게 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