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정감사에서 대규모 살처분을 막을 고감도 신속진단 장비를 개발했음에도 정부 차원의 지원책과 예산 편성의 근거가 없어 사업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해남완도진도)이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농기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윤 의원에 따르면 농기평은 예산 7억원을 투입해 축산현장의 방역 조기대응에 큰 도움을 줄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AI) 동시 검출을 위한 신속 진단장비를 개발했다.
신속 진단장비를 통해 그동안 실험실 안에서 효소결합면역침강분석법(ELISA) 방식 등으로 2~3시간이 소요됐던 진단 검사를 현장에서 15분만에 완료, 살처분 등 질병 방제 비용과 육류의 생산성 감소 등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국내 가축 전염병으로 인해 살처분된 가축은 약 1억4000만 마리로 총 피해액은 약 3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예방 차원의 대응에만 치중해 뜻하지 않은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대규모 살처분 외에는 특별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축 전염병만 발생하면 ‘살처분’이 공식처럼 적용되면서, 대규모 살처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과 수의사들은 병들고 있다.
인권위가 공무원과 수의사 268명을 대상으로 ‘가축 살처분 참여자 트라우마 현황 실태’를 조사한 결과 4명 중 3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보였고, 4명 중 1명은 중증 우울증이 우려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윤재갑 의원은 “신속진단 장비는 대규모 살처분을 막을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로 전체 농가에 즉시 도입이 어렵다면, 일정 규모 이상의 농가가 장비를 구입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조속히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